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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위암에 대한 단상]

1. 서론

위암을 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으로 나누는 것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아직 보편화된 개념이 아니다. 조기위암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내과의사가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오는 위암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EGC라는 말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는 조직형과 TNM staging만 중요하다. 서양의 관점에서 조기위암은 단지 T1N0-2M0-1에 속하는 위암의 집합일 뿐이다. 암에 대하여 논하면서 depth of invasion (T staging)만 고려하고 degree of spread (N, M staging)을 고려하지 않는 개념은 매우 독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조기위암이라는 개념은 비과학적이고 유용성이 없는 것일까?


2. 조기위암과 TNM staging

조기위암이 과학적인 개념으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진행성 위암과 비교할 때 뭔가 확실히 달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양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흔히 조기위암은 예후가 좋고, 진행성 위암은 예후가 나쁘므로 위암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물론 조기위암은 진행성 위암에 비하여 예후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암의 예후는 TNM staging으로 훨씬 정확히 예측할 후 있다. 조기위암이라고 하더라고 lymph node metastasis가 있는 경우는 진행성 위암 중 metastasis가 없는 group에 비하여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다.


3. 조기위암이 작은 암은 아니다.

조기위암은 크기가 작고 진행성 위암은 크기가 큰 것도 아니다. Superficial spreading type EGC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내시경 의사의 입장에서 유용한 용어로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분석하여 2004년 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superficial spreading type EGC는 전체 조기 위암의 15.4%를 차지하였으며, SM cancer, undifferentiated type, lymph node metastasis, lymphovascular invasion이 많았고 내시경 검사에서 AGC로 진단되는 경우가 34.5%였다.)와 같이 M cancer나 SM cancer가 5 -10 cm가 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EGC type I (SM2 invasion)

물론 크기가 큰 조기위암에서 lymph node metastasis가 많은 경향이 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분화가 나쁜 함몰형 조기위암은 M cancer인 경우에서도 lymph node metastasis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기위암의 내시경 치료 적응증 결정에 크기, 분화도, 함몰부위나 궤양의 유무 등이 고려된다.


4. 치료는 다른가?

조기위암과 진행성 위암의 치료가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최근에서야 일부 조기위암을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조기위암의 20%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아직까지 long-term controlled clinical study가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결국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수술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도 아니며, 수술 후 adjuvant treatment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의 결정도 TNM staging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5. 그래도 조기위암은 우리의 화두다.

논란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기위암은 우리의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조기위암이 진행성 위암의 전단계'는 반은 옳고 반은 틀린 말이라 느끼고 있다. 진행성 위암도 처음에는 점막암에서 시작하는 것이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며, 점차 진행하여 큰 종양을 형성하였을 것이므로 최초에는 조기위암의 단계를 거쳤을 것이다. 따라서 조기위암이 진행성 위암의 전단계라는 설명은 옳은 것이 된다.

그러나, 모든 조기위암이 같은 속도로 진행성 위암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매우 짧은 시간에 진행하는 암도 있는가 하면, 수년이 지나고 계속 조기위암의 단계로 남아있는 암도 있다. 조기 위암은 매우 다양한 성질을 가진 암의 집합이며, 여기에는 천천히 자라는 암과 매우 빨리 자라는 암이 섞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할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도 가능할 것이다. 즉, 빨리 자라서 금방 진행성 위암으로 발전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위암은 조기위암의 단계를 매우 짧게 넘어가게 되고, 결국 임상에서 내시경검사를 통하여 조기위암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닐까. 반대로 임상에서 조기위암으로 발견되는 암들은 원래부터 천천히 자라서 진행성위암으로 발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암들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임상에서 조기위암으로 발견되는 암들은 생각보다 homoeneous 한 것은 아닐까. (대부분은 비슷하고 일부는 아주 크게 다를 수 있다.)

조기위암이 진행성 위암보다 예후가 좋은 것은 단지 TNM staging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고, 원래부터 예후가 좋은 암들이 선택적으로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거의 비슷한 의문을 M cancer에 대해서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흔히 하는 말로 evidence는 없지만, 필자는 위암이 muscularis mucosa를 통과하면 크게 성격이 바뀌고, proper muscle을 통과하면 다시 한번 크게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6. 조기위암의 임상적 유용성

조기위암이라는 개념이 임상에서 어떠한 유용성이 있는지 잠시 논의해보자. 개인적으로 조기위암은 진단과정에서의 유용성과 환자관리에서의 유용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조기위암은 진행성 위암과 다른 육안소견을 가지고 있으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조기위암의 내시경 소견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조기위암의 크기가 작다는 점은 당연하겠지만, 크기 이외에도 궤양이나 종괴의 모양, fold의 변화, hardness, 공기주입에 따른 변화 등 많은 특징이 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뚜렷하지 않은데, 필자는 종양이 proper muscle에 침윤하면 갑자기 발육양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Proper muscle의 위의 수축작용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위의 전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근간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 암이 들어오면 암세포 자체에 의한 종양효과도 있겠으나, 암에 의하여 형태의 근간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어떠한 종류의 변화가 육안소견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논의가 약간 벗어난 감이 있지만, 요컨데 조기위암이라는 개념은 내시경 의사가 위암을 찾아내고 평가하는데 유용하다.

다음으로 조기위암이라는 용어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질병을 홍보하고 설명하는 수단으로서 유용한 것 같다.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발견이며, 이를 홍보하여 많은 사람들을 screening program에 참여하도록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기위암이라는 용어가 주는 편안한 느낌, 진행성 위암이라는 용어가 주는 참혹한 느낌이 크게 도움이 된다.

수술이나 EMR을 시행한 후 그 결과를 설명할 때에도, 조기위암이라는 용어와 진행성 위암이라는 용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환자를 안심시키거나 적절한 수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단지 조기위암이라는 이유 때문에 환자가 병에 대하여 가볍게 여기는 일만 없도록 주의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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